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외갓댁에서 첫 손녀였던 나는 바로 아래 사촌동생과 14살 차이가 난다. 무려 14년간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살았다. 아직 나이가 어린 사촌동생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지 않지만 내 어린 시절은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셨다.
할아버지는 택시를 운전하셨다. 뒷자리에 놓여져있던 모과 때문에 매번 멀미로 고생했지만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는 건 언제나 멋진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택시 기사 중에서도 제일 멋지게 언제나 깔끔한 셔츠 차림이셨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데려다주셨다. 여름이면 뚝섬유원지에 가서 살이 벗겨질 때까지 놀았고, 겨울에는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잔뜩 늦잠을 자도 ‘우리 강아지~’하며 예뻐해주셨다.
사람들에게 애착이불이 있듯이 애착베개가 할아버지댁에 있었다. 빨간 바탕에 토끼 두 마리가 그려져있던 베개. 할아버지, 할머니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며 헌 이불을 버리고 새로운 이불을 들일 때에도 내 베개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차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개고기와 간식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잠 잘 때면 늘 온 집안이 울리게 잠꼬대를 하시던 모습이 그립다. 내가 오는 날에는 마트에서 온갖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사다 냉동실에 보관하시던 사랑이 그립다.
언젠가 할아버지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