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다바오는 묵직하게 떨어지던 주먹을 기억한다. 쥐여짜듯 자신을 누르던 손아귀와 그 고통을 기억한다. 던져지고 내동댕이 쳐졌다. 떨어진 땅마저 자신을 공중으로 다시 밀어올리던 거절을 기억한다. 반동이 밉스러웠다. 살아보겠다고, 이겨보겠다고 악착같이 주입한 약의 부작용은 또 어찌나 매섭던지. 모든 것이 네가 죽기 위해 태어났다며 이죽였다. 그래도 견뎌냈다.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 고통들은 더 이상 다바오를 짓누를 수 없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다바오는 견딜 수 있었다.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나가는 날개도, 발밑에서 짓이겨져 내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감각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 아프지도 않았다.
다만 견딜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이제부터 너는 다시 칠柒로 불릴것이며 그림자 자객의 일원이다.”
“…….”
“대답은?”
돌아오는 답이 늦어지자 대답을 종용하듯 압박감이 떨어진다. 숨이 겨우 붙어있는 다바오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살기였다. 콜록, 힘겹게 내뱉은 기침에 피가 섞여나온다.
안된다. 절대로. 오육칠, 우리 육칠아阿七.
가장 친한 친구로 포장하여 아들처럼 길렀다. 지렁이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죽이는 멍청아. 네 주제에 뭘 하겠다는거야. 기껏해봐야 네가 잘하는거라고는 머리카락을 다듬고, 그마저도 넉넉치 못할 땐 뉴짜나 파는거야. 대답하지마.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리 밟혔다한들 네가 아는 다바오는 그정도에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걸 알거 아니냐. 날개 하나쯤은 닭섬의 기적의 의원에게 보여주면 다 나을 것도 알지 않냐. 그냥, 그저, 닭섬의 미용사 오육칠로 살아가기만 한다면. 그러면. 그거면 되는데. 그게 우리가 원하는 모든것인데.